자막제작
routte (routte@hotmail.com)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페인티드 베일
(THE PAINTED VEIL)

리브 슈라이버

토비 존스

다이애나 릭

1925년 중국

감독 : 존 커란

런던, 2년 전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네?

실례지만 춤추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죠

키티, 어젯밤 너와 춤추던
남자는 누구야?

누구 말이야?

말없고 진지하게 생겼던 사람 있잖아

아, 그 사람...

전 어머니께서 초대하신 줄
알았는데요

누굴 말하는지 잘 모르겠구나

내가 초대했다

페인이라는 의사다

중국 상해에 있는
정부 산하 연구소의 책임자로 있지

- 공무원이네요?
- 그런 셈이지

지난 주 일요일이던가 전화를 했길래
한참 이야길 나눴다

언제든지 오라고 했지

아버지가 젊은 남자에게 호의를
베푸시는 건 드문 일 아닌가요?

- 그 사람 마음에는 드니?
- 별로요

- 마음에 안드는 데라도 있디?
- 널 좋아하는 눈치든?

- 잘 모르겠어요
- 난 네가 똑똑한 아이라서...

누군가 널 사랑하게 되면
금방 눈치챌 거라고 생각했었다

제가 그와 사랑에 빠졌느냐구요?
유감이지만 아니에요

경솔하게 굴지마라,
평생 그렇게 젊을 줄 아니?

그만하세요, 어머니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상대가 누구든

그저 여자는 시집이나 잘가면
된다는 생각은

전근대적 발상이란 말예요

아버지가 언제까지 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저...

저 왔어요

당신 아버님께서 절 초대하셨죠

- 외출하려던 참이에요
- 같이 가도 될까요?

정시 도착이군

당신이 하는 일이 정확히 뭐죠?

전 세균학자입니다

그것 참 매력적인 것 같네요

그게 뭘 뜻하는지 모르시는군요?

유감이지만 그래요

미안해 하실 필요 없어요

세균학은 질병을 퍼뜨리는
미생물에 관해 연구하는 거죠

멋지군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인 걸요

안으로 들어갈까요?

꽃 좋아하세요?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녜요

아니,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집에선 꽃을 사는 일이
드물거든요

어머니께선 그러시죠

"공짜로 키울 수 있는 걸
뭐하러 돈주고 사니?"

그렇다고 심고 가꾸는 것도 아니죠

사실 바보같긴 해요

곧 시들어버릴 것에 시간과
정력을 들인다는 거 말이에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오늘 댁을 방문한 건
당신에게 청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말 놀라게 하시는군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세요?

아무 표현도 하지 않으셨잖아요

아, 그러니까...

저기... 그러고 싶었지만
쉽지 않더군요

- 하지만 하긴 했어요
- 좋아요

하지만 제대로 과녁을 맞추진
못한 것 같군요

그래요

제가 좀 서툴러서요

소질이 별로 없죠

그런데 제가 곧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교제할 여유가 없어요

당신을 결혼 상대자로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 만날수록 더 나아지겠죠
- 그럴 것 같긴 하군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그 무엇이라도요

상해를 좋아하게 될 거에요

굉장히 흥분되는 곳이죠

댄스 파티도 많고...

설마 지금 제가 대답하길
바라는 건 아니시겠죠?

전 당신에 대해 전혀 몰라요

맞아! 그게, 우린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그 청년이 당장
청혼할 것 같진 않아

그래, 결혼식은
가을에 하는 게 멋지지

그 앤 우리 도리스처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잘 하잖아

적어도 두 딸 중 하나는
성공한 셈이지

무슨 소리,
키티는 옛날에 포기했어

그래

그렇다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 거야,
그래

자...

당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작소?

상상 같은 거 안 했어요

피아노가 있나요?

없어요,
난 피아노를 치지 않으니까

- 누구시죠?
- 나에요

들어오세요

정말 보고 싶던 광경이오

불편한 데는 없소?

-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요
- 없어요

전 괜찮아요,
고마워요

좋소

당신과 함께 있다니 정말 행복하오

불을 꺼도 되겠소?

뭐하러요?

불을 끄겠소

비가 정말 지독하게 오는군요

비가 정말 지독하게 온다구요

들었소

- 대답을 했어야죠
- 미안하오

할 말이 없을 땐
말을 안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래요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안 한다면

인간의 언어 능력은
곧 사라져 버릴 거에요

월터

미안하오

당신 말이 옳소

우리 뭘 할까?
음...

게임이라도 하지 않겠소?

내가 하는 게임은
지루해서 좋아하지 않을걸요

무슨 소리

카드게임 합시다

외출이라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소?

토요일 밤에 초대를 받았소

- 누구한테요?
- 타운젠드 씨요

- 도로시 타운젠드 말이군요
- 마음에 안 드나보군

글쎄요, 한 번 밖에
만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잘난 척할 수준은
아닌 거 같더군요

- 그녀가 그랬소?
- 그래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라더라?
아, 남편이 부영사라죠?

솔직히, 그 부부 속물들 아녜요?
이런 곳에 딱 어울리는 유형이죠

우리 어머니 같았으면
상종도 안 하셨을 사람들이죠

내가 흑5 카드를 가졌어요

아무튼... 잘 알았소

난 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 얘길 들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소

가든 안가든 상관 없어요

근데 어디로 가는 거죠?

- 키티 페인
- 안녕하세요, 도로시

와줘서 정말 기쁘군요

- 제 남편 월터에요
-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이쪽은 제 남편이에요

찰리, 얘기 그만하고
손님들과 인사하셔야죠

- 페인씨와는 잘 아시죠?
- 찰리

닥터 페인이오, 여보

이런, 제가 실수를 저질렀군요,
닥터 페인

아닙니다

그리고 이쪽은 닥터 페인의
부인인 키티에요

페인 부인

타운젠드 씨

무례를 했군요, 닥터 페인

전 당신도 영사관에서
근무하시는 줄 알았어요

전 그렇게 대단치 못합니다,
국립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지요

정부가 관리하는 연구소로군요!
대단하세요

재미있으신가요?

저런 건 처음 봐요

모든 동작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주인공이 천 조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죠?

저건 저 여자가 자기의 불행을
슬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노예로 팔린 겁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땅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거죠

사슬 보이시죠?

저건 그녀의 가엾은 영혼을 속박하는
노예 신분을 상징합니다

달아날 곳이 없는 거죠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활기에 넘치던 밝고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금의 외로운 처지에
눈물을 흘리는 거죠

무엇보다도 그녀는...

단 한번도 받은 적 없고

단 한번도 준 적이 없는
사랑 때문에 슬퍼하는 거에요

지금 말씀하시는 게 정말인가요?

실은 뭔 말인지 잘 몰라요,
전 중국어를 못하거든요

방금 뭐였죠?

하인이거나 아니면...

가버렸군

그이가 틀림없어요

- 누구 말이야?
- 월터요

월터라...
만약 그였다면

- 낮잠 잘 거라 생각하겠지
- 문을 잠가 놓은 채로요?

키티, 자기말야...
술 한 잔이 필요한 것 같군

월터였다고 하더라도
그 친구 아무 짓도 못했을 걸?

- 참 도움이 되는 말이로군요
- 그도 잘 알거야

스캔들을 만들어봤자,
얻을 게 없다는 걸 말이지

그이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건
머릿속에 안 떠오르나 보죠?

뭔가 무시무시한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이군요

여자들이란 사랑에 빠지면 말야

남자가 자기만 바라보고 있다고
쉽게 믿어버리지

난 당신이 날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착각하진 않았어요

아니, 틀렸어

선물 마음에 들어?

만족스러워요

찰리

내가 당신 때문에 행복한 만큼
당신도 나 때문에 행복한가요?

물론이야, 내 사랑

네가 그립구나 - 아버지로부터

- 하산?
- 네

- 누가 이 소포를 가져왔지?
- 주인어른이오

- 언제?
- 마님이 주무시는 동안에요

정오가 다 됐소

그늘에서 잠깐 쉬어갈 수도 있지만

당신만 괜찮다면
계속 가고 싶소

내가 편안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다는 거로군요

그렇소, 계속 갈 거요

찰리 타운젠드 씨 부탁합니다

찰리 타운젠드입니다

당신을 만나야 겠어요

키티, 오늘은 곤란해,
1시간 후에 회의가 있어

무슨 일인데?

이만 끊어야 겠어요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당신과 의논해야 할 일이 있소

실은 막 목욕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닌것 같군,
어서 나와요

앉아요

'메이탕푸'라는 곳을 아오?

아뇨

음... 요전날 보고서를 받았는데

양쯔강 지류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더군

내륙 지방이지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하오

장기간 지켜본 누군가의 말로는
최악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더군

중국인 보건 책임자도 사망했소

그 지역에 파견된 프랑스 수녀들이
병원 운영을 맡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지금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소

그래서 난 거기 가서
일을 맡기로 자원했소

왜요?

그들한테는 의사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당신은 세균학자지
의사가 아니잖아요?

난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소

그보다 내가 과학자라는 사실이

이 경우에 있어 아주 큰 장점이지

위험하지 않겠어요?

그렇겠지,
그래요

거기까지 가는데 열흘쯤 걸려요

처음엔 기차로, 그 다음엔 트럭...

그 다음에 우린 가마를 타야 하겠지

우리라니요?

물론 당신과 나지

설마 제가 동행할 것을
기대한 건 아니겠죠?

내가 가면
당신도 가리라 생각했소

그런덴 여자들이 갈만한 곳이
못되잖아요

미치지 않고서야
내 발로 갈리가 없잖아요

내게 힘과 위안이 될텐데?

싫어요

안 가요, 안 간다구요

그런 걸 나한테 미리
의논도 않다니 정말 끔찍하군요

좋소, 그렇다면 내일
이혼소송을 내도록 하지

나도 현명한 판단은 아니겠지만
당신은 나를 바보로 아는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모른다구?

간통때문에 당신과 이혼하려는 거요

아울러 상대인 '찰리 타운젠드'의
이름도 빼놓을 순 없겠지

미안해요, 월터

대단히 불쾌한 일이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일을 추하게 만들진 말아줘요

그러지,
그럼 어떻게 할까? 말해보시지

조용히 이혼하도록 해 줘요

이혼하는 걸로 해 달라고?

- 무엇을 근거로?
- 그게 신사답잖아요

어째서 내가 당신을 위해
그런 불편을 겪어야 하지?

부탁이에요, 월터
그렇게 감정만 앞세우지 말아요

찰리와 나는 누구도 상처 입힐
생각은 없었단 말에요

그저 사랑에 빠진 것 뿐이라구요

- 그는 나와 결혼하고 싶어해요
- 그래?

나는 당신이
똑똑한 여잔줄 알았어

이제보니 형편없는 바보였군

좋아요, 내게 상처를 줘서
당신 마음이 편해진다면

계속하세요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거에요

찰리와 나는 서로 사랑해요

이젠 남몰래 만나기도 지겨우니까
여기에서 그만 타협해요

우리가 만나게 된 게
참으로 원망스럽겠군

비웃지 말아요

그럼 당신의 그런 감상적인 얘기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지?

정말 웃기는군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썼던 지난 날을 돌이켜보니

정말 내 자신이 한심해서
온 몸이 다 떨리는 군

장안에 파다하게 퍼진
그 천박한 소문을 듣는다면

- 당신도 이렇게 떨게 될 걸?
- 그만해요!

다시 한 번 내 말을 잘랐다간
당신 목을 비틀어 버리겠어

앉아!

결혼할 때부터 알고 있었어

당신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여자라는 걸 말이오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했어,
왜냐면 당신이 나와 결혼해야

가능한한 멀리 당신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는 걸 알았거든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길 바랬소

내가 잘못 알았지만...

당신한텐 그럴 마음따윈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남자가 여자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하지 못했다면

그건 그의 탓이지...

여자를 원망하면 안되죠

둘 중 하나요

내일 아침 메이탕푸로 떠나든가,
아니면 이혼 소송을 내던가...

전염병 지역 한가운데로

나를 데려가는 일에
좀 더 신중할 순 없었나요?

내가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소?

이런 세상에!

고의적이로군요, 그렇죠?

찰리가 가만 있을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무슨 할 말이 있겠소?

당신 말 다 맞아요

전부 다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당신과 결혼했어요

당신도 그걸 알면서 결혼했잖아요

이 일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나한테만 있는 건가요?

좋소

이렇게 하지

여러분, 이곳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재산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나카타 씨의 행동이...

조금은 긴박한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피할 수 없는 사고였소

- 댁의 십장은 인부를 총으로 쐈소
- 동료들을 선동했기 때문이오

총맞은 사람이
중국인이라는 게 문젭니다

파업을 억눌렀을진 모르겠지만

당신들이 한 일이...

엄청난 폭동을 유발했다는 것을
알아두시오

펜 좀 쓸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부인

장개석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떻소?

그는 어느 편이오?

국민당원이오,
당연히 국민 편을 들겠지

그러니 스스로를 국민당원이라
부르는 거 아니겠소?

실례합니다

타운젠드 씨에게...

당신은 이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군요

동맹 파업으로 우리 공장은
세 군데나 문을 닫았소

- 불매운동 얘기도 나오던데
- 앞으로 어쩔 생각이오?

용병들 몇명으로 어떻게 해 보기엔
너무 무력해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페인 부인, 정말 놀랐는데요!
어서 오세요

골칫거리 틈에서 날 구해줬군

급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괜찮아?

당신을 만나야만 했어요,
미안해요

키티, 지금은 적당한 때가...

찰리, 그이가 알아요

알았어

먼저 가시죠, 페인 부인

찰리

조지

타운젠드

애덤

그이가 이혼하재요

당신이 먼저 밝힌 거 아니지?

- 우리의 관계를 인정했어?
- 아뇨

- 확실해?
- 그래요

흠...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졌군

그이한테 증거가 있대요

부정하면 그만이야,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할걸?

게다가 월터는 스캔들을 폭로하는덴
소질이 없는 친구니까

스캔들이 일어날 리가 없어요

월터가 조용히 헤어지자는 데
동의했으니까요

그럼 그리 나쁜 일은 아니군,
그렇지?

- 좀 안아 줄래요?
- 물론이지

오, 맙소사

찰리

이혼하기로 한 대신 조건이 있어요

난 부자가 아니야

그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도로시가 당신과 이혼한다면
그이도 나와 이혼해 주겠대요

그리고...

또 뭐?

당신이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해 줘야 한대요

당신도 알다시피,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도로시를 우리 사이에
끼워 넣어선 안돼

무슨 소리에요?

우린 우리만 생각할 수 없어

난 도로시를 잘 알아,
절대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

이혼하고 싶지 않은 건 당신이군요

- 이건 그저 결혼 문제만은 아냐
- 그럼 뭔데요!

여기에서의 내 위치는
생각 안해봤어?

만약 내가 말이지...

왜 웃는 거야?

월터가 순간적으로 나랑 이혼할
작정을 했다고는 생각 안해요

그인 당신이 날 차버릴 줄
알았던 거에요

- 이해해줘
- 그럼요, 이해해 드려야죠

키티!
키티, 제발

잘 해결 될거야,
약속하지

- 당신과 같이 가겠어요
- 잘 됐군, 그럴 줄 알았소

여름옷을 많이 챙겨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안 그래요?

필요한 건 하산이
벌써 다 챙겨놨을 거야

손대지 마시오

그들은 그 침대에서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이게 당신 방 같군

의사 선생의 부인이시군요?

댁의 남편을 만나러 왔어요,
저녁도 얻어먹을 겸 해서요

왓슨네서 일하던 할머니가
요리를 하는데 그냥 먹을만 해요

댁의 하녀가 하던 일들도
맡아서 해줄 거구요

여기는 일손이 부족하거든요

아, 실례했습니다,
전 워딩턴이라고 합니다

아, 예. 그러세요?
키티 페인입니다

- 전 부책임자를 맡고 있죠
- 앉으세요

제 이웃들 중에 한 분이시군요?

유감이지만 이웃은 저 하나랍니다

'최후에 선 자'라고나 할까...

선교사인 왓슨 씨도 여기 사시구요?

네, 좋은 친구죠

미국인이에요,
사랑스런 가족이죠

괜찮으시다면 내일
그들의 무덤을 보여 드리죠

친절하시군요

여행이 힘들지 않았기를 빕니다

여기 오는데 2주나 걸렸어요

2주나요?
어떻게 오셨는데요, 헤엄쳐서?

아니, 강이 아니라 육로로 왔소

왜요?

시골 풍경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햇빛도 좀 쬐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소? 여보

술이나 한잔들 하시죠

건배!

이 지역의 육군 장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들었는데요

유 대령 맞죠?

운이 따라 줘야죠, 그는 우리
영국인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경고할테니 잘 들어요

이곳의 상황도 만만치 않아요

콜레라로 죽기 전에

국민당원들 손에 죽을지도 모릅니다

수녀님들을 보내려고 애써봤지만
다들 거절하시더군요

순교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럼 당신은 왜 남아있는 겁니까?

여기가 제 근무지니까요,
단순하죠?

자원했다는 소리에 정말 놀랐습니다

연구하기 좋은 기회니까요,
놓칠 순 없죠

그렇군요,
당신은요?

내가 보기에 부인도 연구 목적으로
오신 것 같진 않군요

남편이 과학자니까요

그러시겠죠

혹시 예방접종을 받고난 후에
이상 증세는 없던가요?

접종을 받긴 하셨나요?

- 그럼요, 물론이죠
- 하긴 보장된 건 아니죠

왓슨네도 접종을 받았지만
그리 효과가 없었으니까요

혹시 레코드 판 가져오셨나요?

아뇨, 유감스럽게도 안가져 왔어요

안됐군요, 전 제 걸 하도 들어서
이젠 질렸거든요

들리세요?

저게 무슨 소립니까?

강 건너에요

사신에게 겁을 줘서
쫓아보내려는 거죠

아침에 난 읍내에 갈 거요,
천천히 둘러보도록 해요

좀 쉬고 싶을 거요

오후에나 당신에게 접종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소

당신이나 해요

아니, 그렇게 생각 안 해

- 내게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 당신 내키는 대로 하구려

그런데 월터... 고통스런 상태로
질질 끌게 되나요?

- 콜레라로 죽을 때 말이에요
- 아니, 초기 36시간 동안...

체액이 몸 밖으로 흘러나오지

실질적으론 콜레라 때문이 아니라
탈수 현상 때문에 죽는 거지

아주 지저분하고
고통스러운 병이오

하지만 빨리 끝나지

잘 자요

좀 안됐군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선생과 부인께서...

이 지역을 떠날 때를 대비해
사전 대책을 알아두셔야 할 겁니다

정말 이게 모두 필요한 거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선생께서 부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실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이쪽은 유 대령이오,
국민당원이기도 하지

부하와 함께
우리 집 주변 순찰을 돌 거요

- 갇힌거나 다름없군요
- 워딩턴 씨의 생각이오

사전에 미리 조심해 두는 게
낫다고 보니까 말이오

뭘 사전에 예방한다는 거죠?

며칠전, 상해에서 영국 군대가
파업중인 중국 노동자들을 향해

발포를 했다고 하는군요

열 한 명이나 죽었답니다

저희도 방금 들었어요

어젯밤 이 벽보들이
읍내 곳곳에 걸렸어요

(서양인 살인자들에게 죽음을!)

난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

민족자결주의자들도
콜레라는 두려울 테니까

이곳 사람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습니까?

저들이 어디에서
식수를 얻는지 볼 수 있을까요?

(돼지같은 제국주의자!)

우선 제가 테스트를 할 때까지
이 우물 사용을 금지해 주십시오

이해하셨습니까?

그럼요, 이해하고 말구요,
닥터 페인

전 모스크바에서
군사훈련을 받았습니다

영어가 싫으시다면
러시아어로 이야기할까요?

영어가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여기요

전에 콜레라를 보신 적이
있으시겠죠? 선생님

- 실험실에서요
- 아뇨, 환자 말입니다

아니오,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저는 임상의가 아닙니다,
말 안 해주던가요?

저는 전염병 전문가에요

- 가실까요?
- 앞장서시죠, 선생

(찰리)

(당신없이는 견디지 못하겠어요)

따라오지 말아요

돌아가요!

워딩턴 씨?

워딩턴 씨를 찾고 있어요

여기서 기다려요, 됐죠?

여보세요

워딩턴 씨?

페인 부인?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부인

당신에게 줄 레코드판을 찾았어요

스트라빈스키군요

대단히 현대적인 작품이죠,
고맙습니다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네, 혹시 우체부가 지나가면
좀 알려주십사 하구요

- 상해에 보낼 편지가 있어요
- 불행히도 콜레라 때문에

강을 건너는 모험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잘 아는 행상이 있는데
금요일에 떠날 예정이거든요

타운젠드라...

- 찰리 타운젠드?
- 네, 남편과 아는 사이죠

그를 아세요?

몇년 전 일이죠, 우리 둘 다
상해 영사관에 발령받았었거든요

부인이 매력적이죠

네, 그 부부는 인기가 많아요,
그렇죠?

그는 '인기의 과학'을 창조했죠

그럼 그들을 잘 아시겠네요?

그럼요, 전 도로시를 좋아해요

그래요, 그들은 정말
서로에게 헌신적인 커플이죠

근데 그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버릇이 있어서요

심각한 건 아니죠

언젠가 도로시가 그러더군요

남편이랑 바람났던 여자들이
모두 하나같이 2류들이라서

신경도 안 쓴다구요

아무튼, 레코드 잘 들으세요

페인 부인

편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금요일이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소금 좀 줄래요?

미안, 뭐라고 했소?

소금 좀 달라구요

고마워요

또 이런 식이로군요

말 한 마디 없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월터

월터!

당신 정신이 어떻게 된 건 아닌지
의심스럽군요

- 가열하지 않았어
- 내버려 둬요

그냥 내버려 두라구요

고마워요

자살하고 싶소?

동네 우물들이 다 오염됐소

이건 더럽다구요,
더러워요

왜요?

워딩턴 씨?

페인 부인?

페인 부인!

가세요,
어서 가시라구요

테밍이 왜 이러는 거죠?

부인이 죽은 자의 혼을
싣고 오셨으니까요

여기 사람들은 아주 미신적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저 분은 자식 셋과 남편을
콜레라로 잃었어요

그러니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세요

아시다시피...

여긴 여자들이 있을만한 데가
못됩니다

처음에 부인이 같이 온다는
전보를 받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까칠한 표정에

가느다말 다리와 코밑 솜털을 기른
나이든 간호사로 상상했죠

그런데 오두막에 들어섰을 때 봤던
당신의 모습은

매우 가녀리고 피곤한데다...

대단히 불행해 보였죠

긴 여행을 하느라
지쳐서 그랬을 거에요

지금도 불행해 보여요

난 생각했어요,
당신과 당신의 남편은

서로를 미치도록 사랑하기 때문에

남편을 도저히 혼자 보낼 수
없었을 거라구요

적절한 설명이군요

그래요,
하지만 옳은 설명은 아니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세요?

의사 선생이 부인을 한번도
쳐다보질 않더군요

벽을 보거나, 바닥을 보거나,
구두만 보더라구요

가슴에 맺힌게 많아서 그래요

확실히 그런 것 같더군요

닥터 페인!

선생님!

오, 이런

이제 됐어요

지금 뭐하는 거죠?

마티니 어때요?

네

난 원장 수녀님이 보낸 심부름꾼이오

누구요?

고아원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녀 말이오

그녀가 내 존재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워딩턴 씨가
당신 이야기를 한 모양이오

인정많은 닥터 페인의
사랑스럽고 헌신적인 아내를

꼭 한 번 만나고
싶어하시는 것 같더군

좋아요, 연극 준비를 해야겠군요

당신이 전염병 지역에서
위험을 무릅쓰기를 원치 않아도

그분은 이해해 주실거요

당신이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나요?

잊고 있었군

월터!

세상에!

이런, 당신 취했군요

(서양인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대단한 거 기대 마세요,
저들은 아주 가난하거든요

안녕하세요

용기있고 훌륭한 의사선생님의
부인을 뵙게 되어

정말 기쁘군요

저도 뵙게 되어 기쁩니다

워딩턴 씨

마들렌 좀 드시지요

세인트 조셉 수녀님이 아침에
두 분을 위해 직접 만드신 거에요

여쭤볼 게 있어요, 부인

어느 교회를 나가시나요?

실례했습니다

저희는 교회에 나가긴 했지만

그리 열성적인 신도는 아니라서요

영국 국교회 신자라고 해두죠

말씀하시는 방법이 완곡하시군요

하긴 뭐든 너무 믿진 마세요

매우 젊고...

아름다운 분이로군요

그렇지 않아요,
팍 늙어버린 기분인 걸요

페인 부인께서 수녀원과 고아원을
둘러보고 싶으시다면

안내해 드리고 싶군요

둘이서만...

나이 많은 아이들에겐
재봉일을 가르치죠

기술을 가르쳐 놓으면
밥 먹고 사는 덴 지장이 없죠

수녀원 재정에 도움도 되구요

저 아이는 세례를 받으려
하지 않을 거에요

여긴 음악실입니다

마리즈 수녀님이세요

도미니크 수녀님은 반주를
맡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콜레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쪽이 진료소에요

누구든지 꿈에서라도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죠

닥터 페인에게 연락해서
데리러 오시라고 할까요?

아뇨, 일하는데 방해가 될 거에요.

요새들어 콜레라가
더 심해지는 바람에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어요

이 아기는 오늘 아침에 태어났는데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됐죠

닥터 페인이 아기들을
아주 좋아하신다고 하네요

여기 오시면 육아실에서
살다시피 하신대요

페인 부인

페인 부인?

괜찮으세요?

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내가 바보였어요

뭐 하려고?

깼어요?

- 저녁 식사를 좀 가져왔어요
- 고맙소, 거기 놔 두구려

- 다른 할 말 있소?
- 뭘 하는 거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질산염 비율을 측정 중이오

왜죠?

왜냐구?

말해봤자 재미없을 거요

그럼, 저녁 맛있게 드세요

월터

여기서 살아남게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죠?

모르겠소

하지만 잊어버리는 게
좋을 과거를

자꾸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진 않군

당신도 못 잊고 있잖아요

난 일해야 해요

내 얘기 좀 차분히 들어줄래요?

아직 주장할 게 남아있소?

오늘 말이에요...

수녀님들이랑 수녀원에 있었어요

- 개종이라도 했소?
- 그런 거 아녜요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뭐?

- 그 이야길 들으니 어쨌다고!
- 그동안 당신을 두려워했었나봐요

그 반대가 아니고?

실례하오

일하지 못 하게 하니
잠이나 자러 가야겠어

내게 분노하고 있는 거 알아요,
하지만 우리...

조금만 노력해봐요, 그리고...

솔직히 난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소

내가 어쩌길 바라는 거요?

난 우리가 지금보다는
덜 불행하길 바래요

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거요!

딴 생각하기엔
내 할 일이 너무 많소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난 쓸모없게 느껴진다구요

- 내가 뭘 해줘야 하는데?
- 제발요, 월터!

벌이라면 이제는
충분했단 생각 안 드세요?

내가 그렇게 혐오스러운가요?

- 아니, 내 자신이 혐오스럽소
- 어째서요?

한 때 당신을 사랑했었으니까

안녕?

제가 혹시 방해를 한 건 아닌가요?

메리즈 수녀님이
어젯밤 돌아가셨어요

그 분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있던 참이에요

정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하지만 믿는 자에게
슬픔은 죄악이죠

메리즈 수녀의 선하고 아이같은
영혼은 이제 천국에 가 있으니까요

제가 도울 일이 있나요?

저기 말인데요...
수녀님이 돌아가셔서

일손이 더 부족해질 것 같은데

혹시 제가 수녀원에 와서

뭔가 도울만한 일이 있을까요?

무슨 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자매님, 남편 되시는 분과
여기까지 와 주신 것만해도

이미 큰 일을 하신 거에요

여기에 온지 한 달 됐지만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요

잘하진 못하지만 진료소에서
수녀님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됩니다,
너무 끔찍하고 힘든 일이에요

게다가 만일 전염이라도 되면요?

바닥이라도 닦을게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저도 쓸모있는 사람 취급을
받고 싶어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바닥은 아이들이 닦고 있으니까요

그런 일은 우리같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에요

하지만 매일 점점 더 일이
늘어나긴 하겠지요

부군과 의논해 보셨나요?

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드디어 강에서 전염 경로를
발견했어요

- 매장터의 하류에 있어요
- 결과는 다시 점검했소?

세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럼 맞는 겁니다

강가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강으로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물을 긷기 위해
얼마나 가야하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매장터로부터
1.5 마일 이상 상류는 되야겠죠

- 너무 멀어요
-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전 페인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래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매장을 좀더 빨리하도록

주민들에게 지시해 주기로
협의하지 않았던가요?

이미 조치했습니다, 선생

하지만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죠

며칠동안 시체를 숨겨 놨다가

강가에 암매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문제는 잘 알고있으니,
두번 다시 말하지 마세요

대령님,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주세요

마을 전체를 수색해서
강제로라도 시체를 끌어내도록요

괜찮아요

안녕

네, 알아요,
잘 압니다

영혼은 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무덤이 물에 잠기면 안되니까
조금만 옮기자는 겁니다

저 사람 말은, 자기들은
군벌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그들이 원해야 옮길 수 있고
그들에 의해 옮겨져야 한답니다

서양 여자 혼자서
중국인 마을을 탐험하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군

맘에도 없는 말 하지 말아요

국민당원들 손에 죽든지
지루해서 죽든지 상관 없잖아요?

게다가 난 혼자가 아니라구요

나한텐 씩씩한 보호자
성칭이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당신이 기뻐할만한
소식을 알려드리죠

당신한테만큼이나 난
수녀님들한테도 쓸모없나봐요

오늘 마을에 마지막 하나 남은
식수원을 막아버렸소

다음엔 뭘 할 건데요?

모르겠어

그러고보니 우리 둘 다
무용지물이 된 셈이군요

결국 공통점이 하나 생겼네요

닥터 페인,
비를 쫄딱 맞겠는데요?

지금 막 그쳤어요,
늦어서 죄송해요

- 뭐라고 하셨어요?
- 세고 있어요

세고 있다구요?

오늘밤은 여기서 머무르죠

어째서 군벌이 도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도울 거라고 생각진 않아요

그럼 그를 설득할
계획이 있는 겁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사내들은 짐승이나 다름없어요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곤 없죠

가진 건 그저 탐욕과 힘 뿐이에요

옛날부터 이런 자들이
권력을 휘둘러 온 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막을 내릴 때가 됐어요

새로운 중국에
그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겁니다

제가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시죠?

중국은 중국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사람들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래요,
하지만 저와는 상관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여기에 총 대신
현미경을 들고 왔으니까요

당신을 믿습니다

하지만 당신 나라가 우리에게
총구만 겨누지 않는다면

함께 일하기에 더없이 좋겠지요

우리 계획은 강 상류지역에서
마을로 물길을 돌리는 겁니다

매장터 위쪽으로 말입니다

허가해 주시고
병력도 보내 주신다면

강가에서 무덤들을
이전시킬 수 있습니다

유 대령님과 휘하의 군인들이

사망자들의 신속한 매장을
감독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식수원도
보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럴동안 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정비할 수 있게 되겠지요

전염병의 확산을 분명히
막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선생 말로는, 식수원만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병이 점점 더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몇 주 이내로 사망자 수를

1천명 이상 줄일 수 있답니다

할 말은 다 한건가?

내 병사들을 콜레라 같은
더러운 것에 희생시킬 순 없어

없던 일로 해!
사람들이 죽는다면...

그건 팔자 소관이야!
나완 상관없어!

자네...

이 자를 내쫓도록 해!

안된답니다

저 양반 영어 한마디도 못하죠?

내가 본 관료 중 제일 한심하고
웃기는 사람이라고 통역해 주세요

장군님을 엄청나게
존경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 옳으신 말씀이라는군요

이놈의 전염병이란
정말 역겹습니다

하지만 제 상관께서 그러시더군요

"자네 휘하의 군인들이 상황을
통제하게 되지 못한다면"

"그 때 나와 내 부하들이
자네를 도울 수 있을 거네" 라구요

이곳에 와 보니

정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환경이군요

하지만 여기 있는 병사들이

전투나 힘든 일을 하려할지
의문입니다

죄송합니다

나 때문에 멈추지 말아요

부군께서도
즐기고 계신게 아니라면요

아니, 아닙니다

나는 그저 지나는 길이었소

그냥 계세요

- 가보겠습니다
- 가시지 말래두요

그래요, 괜찮다면...

연주 계속하세요, 페인 부인

하지만 좀 부드러운 곡으로
부탁드리죠

알겠습니다

오늘 한 아기가 새로 들어왔어요

장시엔이라고 부르더군요

"새로 태어났다"는 뜻이래요

수녀님들은 캐서린으로
부르기로 하셨어요

물론 앞으로 그 이름을
진짜로 쓰게 될 것 같진 않지만요

수녀님들을 보면 정말 하느님이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 댓가 없이 그렇게
모든 걸 베풀 수 있다니 말에요

당신이 그런 식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생각했다구요?

그건 좀 복잡한 문제요

그분들은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살아갈 기회를 주고 있어요

복잡할 게 뭐가 있죠?

그분들은 나이어린 산모의 집에 가서

수녀원에 아이를 봉헌하라고
권하고 있소

가난한 그들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

자기 아이를 버리라고
부추기는 거지

그 수녀들이 그저 고아원이나
운영하기 위해 여기 온 줄 아시오?

중국 아기들을 장차
카톨릭 교도로 만들려는 거요

이곳 중국에 이유없이
와 있는 사람은 없소

그래도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게 낫잖아요?

그분들이 하는 일은
그래도 좋은 일이잖아요?

난 세균을 연구하러 온거요

다른 분야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소

하지만 난 그분들을 존경한다구요

굳이 복잡하고 암울하게
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당신이 하는 일도
대단히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당신 남편이라고
말하기 창피한 게 아니고?

월터, 당신같이 박식한 사람이

그 정도의 균형 감각을 가졌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인간은 그 바보같은 현미경보다
더 복잡한 존재란 말에요

예측하기도 힘들고, 실수도 하고,
실망도 해요

그래, 그렇지

미안해요

당신이 바랬던 그런
완벽한 여자가 아니라서요

난 평범해요

하지만 뭔가 대단한 사람인 척
한 적은 없었어요

그래, 그렇긴 해

난 연극보러 가는 거랑
춤추는 거랑 그리고...

테니스 치는 걸 좋아한다구요,
하는 것도 좋고 보는 것도 좋아요

좀 민망하긴 해도
그렇게 자란 걸 어떡해요?

난 브리지 게임이라면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요

그럼요, 얼마나 재밌는데요

근데 당신은 베니스에서 날
죽어라 미술관이나 끌고 다녔죠

운하의 기적이 어떻느니 저떻느니

베니스의 석호(lagoon)가 멋지지
않느냐는 둥...

그야말로 황당 퍼레이드였죠

솔직히 난 샌드위치에서
골프치는 게 더 좋았다구요

당신 말이 맞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고상한 척...
정말 바보같았지

그래요

우리 둘 다요

월터

왜 문을 부수지 않았죠?

방에 찰리와 내가 있단 걸
알았을 때요

흠씬 두들겨 패줄 수도 있었잖아요

그럴 가치도 없는 녀석이었으니까

아니면 내가 자존심이
너무 강했는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군요

(시신은 즉시 매장하시오!)

그이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에요!

혼이 떠돌게 된단 말에요!

원장수녀님도 다른 수녀님들과 함께
수녀원에서 나오지 마시랍니다

마을 입구엔 경비병을 세워놓았구요

외국인들에겐 집안에서
머물도록 공지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수녀님, 혹시 오늘 아내가
수녀원에 계속 있었습니까?

네, 방금 전에 가셨어요

이건 영국 악마들이 저지른 일이오!

우리의 전통을 존중하라!

성칭!

어서 가요!

어서요!

빨리!

성칭, 내 아내는 어딨소?
아내는 어딨냐구!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어요

그 여자한테서 떨어져!

- 당신 괜찮소?
- 네

이리 와요

위스키가 떨어졌군

닥터 페인

방해해서 죄송한데
술 한 잔 얻어 먹읍시다

어서와요, 여보

전 신해혁명 때
한커우(漢口)에 주재하고 있었죠

만주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던 때 였죠

어떤 특별한 가족을 돕게 됐죠

서류도 새로 만들고,
기타 등등...

저 여잔 그 집 막내딸이었어요

저 여자의 관심을 끄는데
그리 큰 비용이 든 건 아니죠

암튼, 제 생각에 그래요

제가 한커우를 떠나게 됐을 때,
저 여잔 절 따라왔어요

두 세 번인가 돌려보냈지만

그때마다 되돌아 오더군요

저 여자분을 그렇게 아끼시는지
미처 몰랐어요

그렇게 보이던가요?

눈을 보면 알거든요

남자들이란 속을 알 수가 없어요.

처음엔 당신도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사람이란 겉을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녀가 당신의 어떤 면에
반한 걸까요?

완시!

제가 좋은 사람이라서 반했다는군요

여자들은 남자가 가진 미덕 때문에
사랑에 빠진 거라고들 하죠

좋은 아침

오늘은 마을에 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소

알았어요

산책하러 갈 거에요

어서 와요

이 먼 곳까지 웬일이오?

술 좀 깨려고 걷는 중이에요

뭐하고 있었어요?

대나무를 좀 사려고
흥정하는 중이었소

그런데 값을 터무니 없이 부르는군

아니면 머리를 좀 굴려보기엔
내가 아직 술이 덜 깼거나...

저기...

- 타고 가지 않겠소?
- 뭘요?

물소를요?

보면 알겠지만, 우린 지금
임시 수로를 만드는 중이오

마을 중심부로 물을 보내는 거지,
그럼 물 길러 멀리 안가도 되거든

3킬로미터 정도되는 거리에다
여기저기 난공사가 될 거요

하지만 충분히 해 볼 가치가 있소

오, 수녀님

전 죽게 되나요?

진정해요, 바보같이 굴지말고

잘 들어요, 자매님

혹시 아기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나요?

- 그럴리가요!
- 아녜요, 임신 맞아요

- 아니에요
- 맞대두요

제 말은...

그러니까...

그런 것 같긴 했어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그래요, 세인트 조셉 수녀님이
한번에 알아 보셨죠

대가족에서 자란 분이라
이런 일엔 도사나 다름없거든요

- 믿을 수가 없어요
- 믿을 수가 없다니?

아기를 갖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에요

그럼요

남편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생각해 봐요

무슨 일이 있었소?

- 괜찮아요
- 기절을 했다면서?

이젠 괜찮아요

- 어디 좀 봅시다
- 콜레라는 아니에요

글쎄, 봐야 알겠는데?

구역질이나 현기증이 났었소?

월터, 잠깐만요

나 아기를 가졌어요

아기?

확실한 거요?

네

굉장한 걸!

얼마나 된 것 같아?

2개월요

더 된 걸 수도 있구요

키티...

내 아이요?

잘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음...

어쨌거나 상관없어

그렇지 않소?

그래요

상관없어요

닥터 페인!

저희와 가셔야 겠습니다

저 행렬은 뭡니까?

콜레라가 강의 남쪽을 따라
번지고 있어요

의사도 의료설비도 없는 지역이죠

여기로 들어오면 안 돼요

마을 밖에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닥터 페인!

멈춰요! 멈추시오!

멈춰요!

여기서 멈추세요!
우리가 돕겠습니다!

대령님,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세요!

우리가 돕겠다고 하세요!

페인 부인, 아이들을 전부
음악실로 집합시키세요

다들 여기서 기다려라

모두 어서 나와!

저기 저 소년,
이리 데려와요

베인 상처가 있어요,
제가 치료할테니 데려가세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그이가 절 깨우지 않은 거죠?

그분은 일찍 출발해야 했어요,
당신이 푹 자길 바란 거죠

병상 캠프는 얼마나 멀죠?

이 마을 바깥의 산기슭에 있어요

닥터 페인이 당신을 내보내고 싶은데,
당신은 떠나지 않을 거라더군요

수녀님과 같이 있고 싶어요

알아요, 자매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남편과 함께 있고 싶은 거겠죠?

그게...
아내의 의무니까요

손이 더러워졌을 때
깨끗이 씻어야 하는 게 의무죠

전 17살 때 사랑에 빠졌죠

하느님이랑요

순진한 한 소녀가 수도생활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거죠

하지만 내 사랑은 열정적이었어요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낭만은 현실로 바뀌었죠

하느님은 나를 실망시키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했으니까요

우린 이제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는 사이가 됐죠

예를 들어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늙은 남편과 아내...

이제는 대화도 별로 안하게 된
그런 사이랄까...

하지만 그는 내가 결코
곁을 떠나지 않으리란 걸 알죠

이것이 바로
아내의 의무 아니겠어요?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힘든 의무를 질 때

그게 바로 당신에게 주어진
은총인 겁니다

당신을 경호할 병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머무르는 게 더 나을 거에요

가세요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에요?

네?

페인 부인?

워딩턴 씨

부인의 남편에 관한 일입니다

그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많이 편찮으세요

어디 있어요?

페인 부인

월터!

안 돼, 이 사람 여기 오면 안돼요,
위험하단 말이오, 워딩턴!

실은 부인께 미리 말씀을 못드렸어요

관객은 필요없어

- 나가 계세요
- 아기는 어쩌시려구요?

아무 말 마시고 나가 계세요

월터, 내가 어떻게 하면 되죠?

링겔 좀 조정해 줘요,
너무 빨라

그만. 됐소

키티, 키티

점점 더 나빠질 거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알았어요

무슨 일 있습니까?

식염수가 거의 떨어졌답니다

- 더 조달해올 순 없습니까?
- 이미 조치했어요

하지만 도착할 즈음엔
이미 늦게 될 겁니다

키티

깨어 있었어요?

좀 어때요?

날 용서해주오

용서하다뇨?

용서할 게 있어야 용서를 하죠

월터

정말 미안해요

정말 유감입니다

페인 부인

닥터 페인은 즉시 매장되기를
바라실 겁니다

그래요,
그러세요

뭐 하시는 거에요!

사실 바보같지

1주일도 못가서 시들 텐데
돈이 아깝지

- 네 생각은 어떠니?
- 아주 예뻐요

정말?

네 말이 맞아

이리 오렴

빨리 가자,
할아버지께서 기다리시겠다

키티 페인?

이것 참 놀랍군

찰리, 당신이군요

런던엔 웬일이오?

그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군

편지를 쓰려고 했었소

이 대장부는 누구신가?
안녕, 꼬마 신사

- 이름이 뭐지?
- 월터요

반갑구나, 월터,
아저씬 찰리 타운젠드라고 한단다

몇 살이니?

다섯 살

가자, 아가야,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

그래요, 그래야지

아무튼 만나서 정말 반가웠소

안녕, 월터

안녕

키티!

런던에 3주 정도 머무를 예정이오,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안녕히 가세요,
타운젠드 씨

잘 가요, 페인 부인

엄마, 누구에요?

아무도 아니란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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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te (routte@hotmail.com)